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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이잉- 지이이잉-! 아침을 깨우는 요란한 진동소리.나는 늘 침대 옆 탁자위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진동으로 알람을 설정해두는 버릇이 있다. 탁자위에서 휴대전화는 하루종일 자신을 만지작거리며 귀찮게하는 주인을 유일하게 괴롭힐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는지 탁자 밑 부분까지 울리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어제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늦은 저녁,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오는 길에 늘 타던 버스를 탔고, 다다음 정류장에서 올라 탄 여인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의 눈은 휴대폰과 그녀, 창 밖을 번갈아 살피며 머리 속에서는 1초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지금 방금 날 쳐다본것 같은데?'에서 시작한 생각은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오해로 번졌고, '나와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으면...'으로 확장되었다. 


무언가 집에 가기는 아쉬운 듯한 느낌이 드는 날이면 야속하게도 지하철이나 버스는 더욱 빠르게 도착한다. 내가 내릴 정류장이 가까워지자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내가 내리는 정류장은 종점에서 네정거장 전이기 때문에 그녀가 나와 같이 내릴 확률은 매우 높아진 것이다. 심장이 뛰었다. 혹시나 정말 같이 내린다면 말을 걸어봐야 할까? 그녀와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고 싶다는 마음과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공존하며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여기서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녀를 보고 호감을 느꼈다. 아니 그녀가 좋았다. 너무나. 버스가 이동하는 짧은 시간동안 그녀와 함께 손을 잡고 산책하는 상상에서 시작해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상상을 거쳐 마침내 그녀를 품에 안고 사랑을 나누는 상상까지 하는데 이르렀다. 그런 그녀인데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니. 사실 같은 정류장에서 내려도 그녀에게 선뜻 말을 걸어볼 용기가 생기지는 않았다.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내 부족한 용기를 감추기 위한,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지 않아 말을 못걸었다라는 자기위안 보호필름으로 내 마음의 겉면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마침내 내가 내릴 정류장이 되었고, 그녀의 목적지는 이번 정류장이 아닌 듯 보였다. 다행인걸까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내 발목을 강하게 잡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치열한 선택싸움을 벌여야했다. 지금 내리지 않고 그녀를 따라 내릴 것인가? 에 대한 예,아니오 게임은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겪게되는 선택의 순간 중에서도 특히나 가슴을 조여오는 일이었다. 설렘과 떨림,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그녀를 한번 더 쳐다보았다. 내 마음에 안드는 구석을 찾기 위해. 그녀에 대한 나의 정을 떨어뜨리기 위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찾기 위해! 그녀는 나에게 일말에 관심도 없어보였다. 줄곧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의 임의판단이지만 애인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 내리자.


나는 결단을 내렸고, 나의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 문 닫히는 소리가 매정하게도 들리는 듯 했다. 버스 문이 열린 찰나의 순간 나에게 내려졌던 선택의 질문, 그 정답이 무엇이었을지 비로소 버스에서 내리니 알 것 같았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과 귀, 온몸을 감싸고 나를 괴롭혔지만 머리 속엔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로 집을 향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 속엔 분명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내 마음은 생각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녀를 따라 내렸어야 했다. 그것은 후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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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hem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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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녹록치 않은 날씨이다. 지난 열흘간 계속 된 한파로 뉴스에서는 연일 동파사고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기사들이 흘러나왔고,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몸은 하나같이 여러겹의 옷으로 북극곰처럼 부풀어있었다. 이런 한파가 지속되는 날씨 속에서는 몸은 물론 마음까지 차가워지기 마련이다. 거리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앞보다는 바닥을 보고, 몸을 잔뜩 웅크린 자세로 서로에게 관심없이 스쳐지나간다. 문득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인연임을 실감한다. 


거리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언젠가는 시간이 흘러 나의 배우자가 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고개를 돌리다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 누군가와는 서로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는 한편, 누군가에게서는 짧은 찰나에 사랑이라고까지 표현하기에는 무엇하지만, 어떠한 좋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집 밖을 나가 각자의 생활 속으로 뛰어들어보라. 오며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각자 10명 이상의 매력적인 사람들을 목격하고, 3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며, 1명 이상에게 '반한다'. 


물론 스쳐가는 인연을 곁에 묶어둘 인연으로 만드는 것에는 무척이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인연을 놓친다.' 3초 이상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주저하면 그 인연은 이미 멀리 날아가버리고 만다. 우리들 머리속에는 무수한 두려움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이미 애인이 있는 사람아닐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다 쳐다볼텐데' 한 가지로 시작된 생각은 급속도로 번져나가며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맞물려 우리를 짓누른다. 차라리 저쪽 편에서도 나에게 '그 어떠한 좋은느낌'을 받아 먼저 말을 걸어주었으면 하는 희망없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찰나의 좋은 느낌은 어디서든 찾아온다. 버스와 지하철, 카페와 식당, 길거리 심지어 영혼없이 하룻밤을 보낼 상대를 찾아 혈안이 된 술집에서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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